고등학교 동창 애들하고 힙합 동아리를 한다. 남자 셋 여자 둘이다. (유니(여)와 조영(남), 기억안나는 긴가민가한 여자 한명 그리고 뺀질뺀질한 존(남)[각주:1]) 우리는 우리가 모여야할 카페같은 곳에서 서로 떨어져서 앉아있다. 카페라고 생각되지만, 중간에 대화에서 이곳은 낡은 초등학교의 임시건물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나는 옆에 있던 인유민[각주:2]에게 '그래서 우리가 여기서 공부했을때, 시설이 안좋아서 수업은 그닥이었지만 누군가 노트북을 들고와서 재미있게 놀 수 있지 않았냐' 하고 말하며 웃었다. 건물의 구조는 정면이 유리문으로 되어있는 고깃집같은 구조고, 알루미늄 호일로 벽을 감싸놓은 굴뚝같은 구조물이 보인다.

 한참을 기다리자 존이 지각한 채로 등장한다. 꿈을 꾸는 나는 그가 마지막으로 오지 않은 상태에서, 그는 뺀질거리는 녀석이기 때문에 지각을 할 것이고, 적반하장의 태도를 보일 것 같다고 생각했다. 과연 그는 지각한 상태에서도 별 유감을 보이지 않고, 외려 우리가 화를 내는 가운데에 전화를 받으면서 굶는 다이어트가 어쩌니 하고 얘기를 나눈다. 유니는 그를 동아리에서 내쫓아야 한다고 화를 내고, 다들 거기에 동조한다. 그러자 존은 내쫓으려면 그리하라는 태도를 보여준다. 나는 그가 동아리에 그래도 도움이 되는 인원이라는 생각이 들어, 우리가 감정적으로 내쫓으려고 하긴 하나, 한번의 기회를 더 준다고 했다. 그가 한번 더 지각한다면 그때는 추방이라고. 그는 알겠다고, 다만 바쁘게 일이 있다고 다시 나가버린다. 그는 사실상 우리에게 이미 없는 사람인 것 같다.

 그가 떠난 김에 우리는 공연준비를 시작한다. 그를 기다리는 도중에는 공연 대기중인 동아리였었는데, 한 인원이 떠난것을 계기로 그냥 공연을 준비하려고 모인 상황으로 변한 것 같다. 그때 그때 느낌대로 변화하는 꿈 속 상황의 특징인 듯 하다.  공연 때 돌릴 피자얘기가 나와서, 나는 내가 생각하는 피자의 이미지를 떠올린다. 보라색과 파란색의 반짝거리는 보석같은 토핑들이 올라가있고, 피자 내부에 빈 공간들이 생기면서 거기에 동그란 치즈 덩어리들이 들어간다. 내 생각은 영사되어 프로젝터에 홀로그램으로 방 중앙에 나타난다. 애들은 대단한 생각이라고 칭찬하지만, 유니는 치즈는 굳이 그렇게 할 필요 없이, 맨 빵 위에 붙여먹어도 괜찮지 않겠냐고 딴지를 건다. 꿈 속에서는 그게 퍽 타당하게 들려서, 다들 그렇게 수긍해버리고 만다. 그리고 우리는 각자 음악을 이것저것 시도해보는데, 나는 투애니원의 내가 제일 잘나가의 MR에 티아라의 롤리폴리를 불러본다. 꿈 속 에서 그 두 곡은 기가막히게 맞아떨어진다. 나는 대중가요의 곡 구조 자체가 일정한 탬플릿을 따르니, 분위기가 전혀 다르지만 같은 패턴인 두 곡을 이렇게 섞는게 퍽 쉬우면서도 재밌다고 생각하는데,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 그 여자애(초리였는지 쉔이었는지 영...)는 이 것에 자지러진다. 나는 걔가 웃어주는 것에 좋아서 계속 부르다가, 이윽고 다른 팀원들의 노래도 같이 생각하기 시작한다. 나는 내가 알고있던 힙합곡들의 MR만 추려내는데, 화나의 껌 비트를 들으면서, 내가 여기에 드럼을 쳐볼까, 하는 생각도 든다. 그러다가 바람의나라 산적굴 배경음악에 프리스타일 랩을 해보라는 그 예전 브금저장소의 한 댓글이 다시 생각나서, 프리스타일 랩을 준비해볼까 하게 된다.

 여성 랩 얘기가 나오더니, 예전에 조영이 여장한 채로 랩을 했던게 귀엽지 않았냐는 말이 나온다. 그래, 그런 일이 있었지 싶은데, 어쩐지 그 회상의 기억에 점점 밀가루가 쏟아진다.


 갑자기 분위기가 바뀐다. 시스터 액트에 나올법한 인물들이 우르르 골목길처럼 생긴 세트장을 지나가는데, 갑자기 세서미 스트리트에 나오는 인형들이 튀어나와서, 어느쪽으로 들어오라고 한다. 만화적으로 생긴 캐릭터들이 여기저기서 보인다. 세트장 한쪽 벽이 열리면서 비밀 공간이 보이고, 그 비밀 문을 지키는 캐릭터가 '이곳에 들어와서 게임을 이기면 여기서 탈출 할 수 있다' 라고 한다. 사람들은 서둘러 들어간다. 그리고 내 꿈에서 다이스 킹이 나타나 말한다. "이 곳에서의 게임은 모두 게임 내부의 게임이다. 단순한 도박일 뿐 탈출할 방법은 없다." 나는 그곳으로 들어가지 않기로 생각한다.

 이곳은 일종의 감옥이고, 우스꽝스런 캐릭터들이 간수들이다. 감옥에는 어른들 밖에 없다. 사람들은 다 부자연스러운 유아기적 훈육에 당황스러워하고, 관심있는 여자에게 말을 거려보려는 남자는 계속해서 간수 눈에 띄고있다. 벌칙에 걸린 사람은 어마어마한 고통의 매를 피하기 위해 한 로봇이 들려주는 소리를 똑같이 따라해야하는데, 한 일본인이 소가 내는 음매 소리를 똑같이 따라해서 매를 피한다. 덕분에 주변 사람들이 그를 '음메 나카타 상' 이라고 부르면서 놀린다. 다들 그런 식으로 별명이 생긴다. 나는 생존을 위해 당연히 해야할 일인데 왜 그것을 우습게 생각할까 고민하다가, 대부분의 사람들이 소리를 똑같이 따라하지 못해서 질투로 인한 게 아닐까, 혹은 아직도 이 사람들은 이 감옥의 배경을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는게 아닐까라는 생각을 한다. 그리고 나에게도 그런 별명이 있을까? 고민하는데, 와우, 나는 대부분의 매를 소리 따라하기로 피해간 사람이다. 나에게는 적어도 12개의 별명이 있는 것이다.

  1. 존이라 하면 외국사람 처럼 들리겠지만, 실은 모두 한국사람이다. 실제로 아는 사람들의 이미지가 나와서 나 혼자 알아보기 위해 애매한 가명으로 처리함. (옮긴이 주) [본문으로]
  2. 남성. 마찬가지로 변형된 이름.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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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긍정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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