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답장없이 잠들어서인지 꿈에서도 너는 연락두절이었어. 난 울리지 않는 휴대전화를 마치 고장난 부적처럼 들고다니며 버스를 탔고, 어떤 중년의 목소리가 내 상황을 나레이션 해줬단다. 사라진 너에 대해 꿈 속 인물들과 이상한 토론을 하다가, 갑자기 어떤 건물의 옥상쪽에서 어떤 신호가 들려온다는 나레이션이 흘러나오기 시작했어. 옥상으로 올라가자 그곳은 앞 뒤가 막힌 거대한 고가도로였는데, 하얀색 꽃들이 가득피어있었지. 코스모스나 계란꽃같은, 수풀이라 생각하면 금방 떠오르는 이미지의 그런 풀들이었어. 멀리서부터 무언가가 두더지처럼 땅 밑을 가르면서 오는 느낌이 들었지. 누군가가 메세지를 보내는데, 난 그 메세지가 저 고가도로 꽃밭 너머의 누군가라는 것을 왠지모르게 알 수 있었어. 난 이게 너냐는 희망에 찬 질문을 계속 던졌지만 그쪽에선 모호하게 대답을 피하면서 가까이 오라는 말만 반복했고, 점점 꽃밭에 균열이 일면서 꽃밭 밑에 무언가가 나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어. 난 너일 수도 있다는 희망에 버티고 있다가, 점점 더 가까워오자 더럭 겁이나기 시작했지. 그 존재가 나에게 메세지를 보낼 때마다 기계적인 우웅 우웅 소리가 들리는게 섬뜩했단다. 그런데 생각해보니까 그런 소리는 내가 잠들기 전에 무음모드를 진동으로 바꿔놨기 때문이라 그렇다는 현실의 기억이 확 들었고, 나는 찬물에 맞은듯 순식간에 그 꿈에서 깨어났어. 아니나 다를까 너는 거기에 있었지. 얼마나 안도되던지. 난 네 덕에 나를 꾀어내던 땅 속의 괴물에게서 벗어나 너에게 돌아올 수 있었어. 반갑고도 그리운.. 너의 알림을 듣고서는.
Posted by 긍정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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