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건 엄마호랑이야

2017. 9. 12. 13:45
 저번에 티비에서 가족들이 동물원에 가는 장면을 본 일이 있었다. 초등학생인 아이가 호랑이 사육장 안을 가르키며 열성적으로 저 호랑이는 아빠일것이며 저 호랑이가 어떤 호랑이의 아기일거라고 겉보이는 생김새에 따라 이런저런 설명을 부모에게 했다. 그것을 보노라니 참 기분이 좋았다. 어린 나이일 때부터 패턴을 읽어내려는 성향이 강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윈스턴의 영문 대사 "I can see a pattern developing" 이 비슷한 이유로 참 좋다. 'Another victory for the reason' 도 같은 맥락이다. 혼돈속에서 어떻게해서든 설명가능한 규칙을 찾아내려는 그 의도와 욕구. 나는 인류가 멸망하지 않는다면 결국 엔트로피를 감소시킬 방법을 찾아낼 것이라 믿는다. 우리에겐 과학이 있기 때문이다.
 과학은 이제까지 과학자들이 이뤄놓은 업적같은 것이 아니다. 그것들은 과학의 잔상이다. 과학은 자연을 가장 간결한 규칙으로 설명하려는 끊임없는 시도다. 과학만큼이나 긍정적이고 열성적인 방향성이 있을까? 언제든지 자기자신을 개선시키기위해 저버릴 준비가 되어있는 그 태도는 얼마나 잘못된 방법을 사용하던 간에 결국 성공으로, 완성으로, 승리로 나아게 된다. 과학의 존재가 인간의 불완전함에 대한 실망과 불신을 진정시켜주는 것이다. 연구자집단이 아무리 편향되고 가치지향적이라고 해도, 그들이 검증가능한 사실을 섬기는 집단이라면 그들은 결국 진리에 도달할 수 밖에 없다.
 원래는 '자신의 직감을 어떻게든 논리적으로 표현하려고 애쓰는 나' 라는 표현을 담으려고 글을 시작했는데, 결국은 과학 예찬으로 끝이 났다. 이렇게 보니 나는 인간 자체때문에 우울해하고 진리를 상상하며 들떴던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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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긍정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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