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제된 꿀벌 999마리와 박제된 매미 99마리 박제된 하늘소 33마리하고 박제된 사마귀들도 보고싶다

30년은 되어보이는 오래된 나무 틀과 자주 닦아댄 유리로 되어있는 액자에 핀으로 박혀있는 죽은 곤충들이 보고싶다

엄숙하고 어둡고 크고 긴 방 안에서 양철 위에 적힌 설명들을 읽고싶다

다른 나라에서 사 온 거대한 곤충들의 표본도 자랑되어 있을 것이다

나비는 별로 보고싶지 않다. 나비는 지루하니깐.

누에나방의 한살이를 단계별로 표본시켜놓은 구석이 반드시 어딘가에 있을 것이다

상태가 안좋아서 어두운 색으로 상해버린 표본을 보고싶다

그날 자연사 박물관에 들어갔을 때, 나는 꿀벌을 보고싶었다. 날개가 떨어지고 다리가 굽어있는 하나하나의 표본을 보면서 곤충의 몸과 생김새를 살펴보고 싶었다. 하지만 그곳엔 화려한 장식과 의미없는 나비전시관과 보기에 아주 불편하게 벽 속에 집어넣은 몇개 되지않는 표본밖에는 없었다. 나는 곤충 전시관에 가고싶다. 오래되고 많은 표본들이있고 먼지가 쌓인 그런 전시관을. 갈색 나무로 되어있는 틀에 오래된 유리로 둘러쌓여서 핀으로 정성스레 박혀있는 곤충들이 보고싶다. 속초 여행을 갔을 때 지나가다가 한 번 봤다. 허름한 건물에 붙은 커다란 곤충관 간판. 친구들은 아무도 가고싶어하지 않았기에 발걸음을 돌렸지만 이제 그런 전시관이 어디에 얼마나 남아있는지는 모를 일이다. 기회와 시간이 된다면 꼭 가보고싶다.

생각해보니 과천 서울대공원에 곤충관이 있었지. 거기엔 수조에 물방개를 넣어 키우고 있기도 했었다.

봄이 되면 꼭 서울대공원에 놀러가야지. 과천에 살 적에 자주 갔었던 곳이다. 가서 사진도 아주 많이 찍고, 사자와 호랑이와 코끼리와 하마와 코뿔소와 기린과 늑대와 고릴라를 볼 것이다. 동물들의 똥냄새를 맡으며 거대한 플라타너스 나무 밑을 거닐어야지. 더우면 외투를 손에 들고, 추우면 주머니에 손을 넣고 쌉쌀하고 충만한 마음으로 동물과 동물을 바라보는 사람들을 관찰해야지. 그리고 마음 졸이며 곤충관에 가야지. 그곳의 곤충관은 내가 기억하기로 좀 작은 곳이었다. 그치만 그곳에서 난 그 꿈을 길렀다. 아주 거대한 곤충박물관에 가는 꿈을... 그곳에서 시작해보자.


그리고 外가 있다(바로 이 문장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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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긍정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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